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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나무숲' 문화는 신라 경문왕의 신하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비밀을 털어놓은 대나무숲. 1,000년도 더 지난 요즘 대학생들 역시 '대나무숲(대숲)'에 속내를 털어놓는다. 물론 진짜 숲이 아닌 온라인 숲이다. 지난 2013년 서울대를 시작으로 현재 약 100여개 대학의 학생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익명 커뮤니티 '00대 대나무숲'을 운영한다. 학생들이 페이스북 메시지 등으로 사연을 보내면 대숲 관리자가 이를 익명 처리해 게시한다. | * '대나무숲' 문화는 신라 경문왕의 신하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비밀을 털어놓은 대나무숲. 1,000년도 더 지난 요즘 대학생들 역시 '대나무숲(대숲)'에 속내를 털어놓는다. 물론 진짜 숲이 아닌 온라인 숲이다. 지난 2013년 서울대를 시작으로 현재 약 100여개 대학의 학생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익명 커뮤니티 '00대 대나무숲'을 운영한다. 학생들이 페이스북 메시지 등으로 사연을 보내면 대숲 관리자가 이를 익명 처리해 게시한다. | ||
− | + | 이처럼 대학 대나무숲에서 취업 문제 대신 관계에 대한 고민이 두드러진 이유는 무엇일까.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예나 지금이나 타인과의 관계가 청년 세대의 주요 고민이지만 양상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전 세대의 관계 고민이 '더 좋은 관계를 많이 맺고 싶다'는 과잉 양상이라면, 형제와 동네 친구 없이 자라 관계 경험이 과거보다 희박한 현 청년들은 관계 결핍이나 과소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대나무숲은 또래사이의 소통 창구이기에 진로나 취업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또다른 사회학자는 "무한 경쟁 사회에서 생존해야 하는 청년 세대는 생존을 위해 SNS에서도 긍정적인 자아상을 포장해야 하기에 단점을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며 "개인 평판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만큼 관게로 촉발된 고민을 관계로 해결하지 못하고 익명성에 기대는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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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5일 (목) 19:06 판
대학생 고민
"친구 만들기가 어렵네요" 등 학교 사연 절반이 '관계불안'
상위권을 차지한 불안의 핵심에 '관계'가 있다. 학교생활 및 그 외 활동에서도 가장 큰 불안요소는 관계다. "개인 사정으로 오리엔테이션을 가지 못했더니 친구를 만들기 어렵네요", "후배를 완전 밑바닥 보듯 행동하는 조교 때문에 휴학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어요" 등의 고민이 학교 생활 관련 고민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알바 사장님이 사람들 앞에서 제게 망신을 줍니다. 미움 받을 용기가 필요한 사회생활이라지만 그냥 참고 견뎌야 할까요" 라는 고민도 있다. 그리고 건강, 외모 때문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상처받고 원활한 인간 관계를 맺지 못했다고 느끼는 불안도 많은 응답을 받았다. 사춘기 시절 건강, 외모 때문에 상처를 입어 치유되지 못한 경우 ("틱장애를 앓던 중학교 대 같은 반 일진에게 괴롭힘을 당한 이후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해요"), 이성의 외모 지적 ("남자친구가 매일 살 좀 빼라 합니다. 저도 제 남친에게 이쁨 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네요"), 친구와 외모 비교에 따른 스트레스 ("다이어트 중인데 누가 봐도 마른 친구가 옆에서 자꾸 자기 살쪘다고 말해서 스트레스 받아요") 등이 대표적인 건강, 외모 관련 관계성 고민이다.
- '대나무숲' 문화는 신라 경문왕의 신하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비밀을 털어놓은 대나무숲. 1,000년도 더 지난 요즘 대학생들 역시 '대나무숲(대숲)'에 속내를 털어놓는다. 물론 진짜 숲이 아닌 온라인 숲이다. 지난 2013년 서울대를 시작으로 현재 약 100여개 대학의 학생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익명 커뮤니티 '00대 대나무숲'을 운영한다. 학생들이 페이스북 메시지 등으로 사연을 보내면 대숲 관리자가 이를 익명 처리해 게시한다.
이처럼 대학 대나무숲에서 취업 문제 대신 관계에 대한 고민이 두드러진 이유는 무엇일까.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예나 지금이나 타인과의 관계가 청년 세대의 주요 고민이지만 양상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전 세대의 관계 고민이 '더 좋은 관계를 많이 맺고 싶다'는 과잉 양상이라면, 형제와 동네 친구 없이 자라 관계 경험이 과거보다 희박한 현 청년들은 관계 결핍이나 과소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대나무숲은 또래사이의 소통 창구이기에 진로나 취업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또다른 사회학자는 "무한 경쟁 사회에서 생존해야 하는 청년 세대는 생존을 위해 SNS에서도 긍정적인 자아상을 포장해야 하기에 단점을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며 "개인 평판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만큼 관게로 촉발된 고민을 관계로 해결하지 못하고 익명성에 기대는 현상"이라고 풀이했다.